참 많이 몸부림치는 테마

구피하는 동안 참 많이 몸부림 치는 테마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나 만의 구피'를 작출해 보는 영광을 누려보는 것 아닐까 싶다.

지인 블로그에 갔다가 메뉴 상단에 적혀 있는 글귀..

"...남의 구피가 아닌 나만의 구피를 작출할 그 날까지..."

 

반갑기도 하고 무거운 짐같아 수고로움이 눈에 밟히기도 하고..

브리더들의 이 의지와 다짐과 노력의 결실이 오늘 우리 수조에서 공작어로서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는,

팬시구피라는 네이밍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주는 이쁜이들이다.

 

팬시구피를 하면서 항상 머리속에 짐같은 부담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바로 위에서 언급했던 내용처럼 '나만의 구피작출'이라는 이상한 부담 - 사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데 이상하리만치 해야만 되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 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작출한 애들이던 기존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애들이던 상관없이 품종유지를 위한, 맵시 유지를 위한 매니아로서의 노력에 대한 부담이 바로 그것이다.

 

본격적으로 팬시구피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사항 중의 하나는 바로 우리네 구피가 아직까지 족보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었다.

그것도 바로 옆집이라는 일본은 기세가 얼마나 등등한지...

이것이 바로 자의든 타의든 소위 '후진'이라는 굴레가 주는 쓰라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렇게 다시 블로깅을 시작하고는 있지만, 일찌기 10여년 이전에 시작했던 블로그에서도 이와같은 안타까움을 매니아의 한사람으로서 남겼던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왜 태극구피는 없는 것이냐고, 왜 백두구피, 한라구피는 없는 것인가?'에 대한 안타까움...

나중에 바로 그 부담이 내 자신이 해야 되는 몫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때론 이 품종 저 품종 가져와 이쁘게 키우는 모습들로 가득차 있는 싸이트를 보면서 오히려 더 많이 속상해 하고 안타깝게 여겼던 적도 솔직히 없지 않아 있었지만 구피 후진국 입장에서는 그나마 그라도 해야되는 형편이고 또 그런 선진 품종은그 품종대로의 유지와 맥을 잇는 것도 무척 중요한 작업이라 인정되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하긴 하지만 내심으로는 우리네 구피, 나만의 구피작출에의 꿈은 더 구체적으로 건축 설계하듯이 도면으로 그려져 갔던 시간들도 있었다.

그렇게 도전한지 2년~3년 남짓.

 

은행사장님의 배려로 받아 온 두 품종 - 로벅개체와 대만브리더 개체 - 사이의 F4에서 국내에서는 처음 알풀과 알풀스왈을 작출하게 되었고 이후로 은행사장님과 동호회에서 대만방문을 계기로 국내에 알풀이라는 구피가 소개되기 시작했다.

 

기존 팬시구피에 대한 품종유지는 그 라인대로 중요한 작업이고 나만의 구피작출 작업 역시 중요한 작업이다.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문제도 아니고 우선순위의 문제도 아니다.

이런 분들, 저런 분들 모두 국내 구피 선진화를 위해서는 모두 귀한 분들이다.

 

어쨋든, 나만의 구피를 작출해 보고자 하는 꿈은 구피매니아로서 한번쯤은 생각해보고 도전해 보게 되는 테마가 아닐까?!

 

바쁜 시간 쪼개어가면서 여기저기 들여다 보고 공부하고...

국내 구피현황이 손바닥 들여다 보듯 워낙 뻔하기에 다분히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면 안되는 안타까움 속에서도 어떻게든지 뭔가 하나 해 볼려고 하는 노력과 수고가 헛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먼 발치에서 응원과 격려의 박수로 화답해 본다.